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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란 개인 혹은 집단의 문제의식을 해체 및 결합하여 조직의 과제로 현재화(顯在化)하는 작업이다.
나는 전문 기획자가 아니다. 운 좋게 성공하는 제품의 팀에 몸 담았던 사람이다. 또 그 안에서 나름 내 목소리를 내려고 했던 사람으로 말하건데, 최상의 기획보다는 이해 관계자 모두가 받아 들이기 쉬운 기획을 했으면 한다.
대중성
'기획' 이라는 것은 제품의 시작과 끝이다. 한창 눈에 뵈는 것 없던 개발자 시절, 제품은 무조건 만들면 끝나는 것인 줄 알았다. 무엇을 만드느냐에 집중하기 보다는 남들이 잘 모르고 어려운 걸 완성한 것이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물론, 빨리 만들어서 얻는 세계 최초의 타이틀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중화 시키는 것이 더욱 의미 있다는 것. 이것이 기획을 잘하기 위한 첫번째 요소이다. 혼자만 쓰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창작이겠으나 통념적이지는 않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에 우선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만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야 한다. 우수한 제품들이 빈번히 실패하는 이유는 경영진의 단순하고 우발적인 느낌의 판단들로 제품을 만들고 소수의 감정들을 전체의 이성적 생각으로 만들고자 포장 하는데에 문제가 있다. 브레인스토밍도 대중성을 가지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브레이 스토밍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그 이야기를 한 사람들의 경험이 묻어나 있다. 그래서 가벼운 스토리텔링으로 모두가 same page에 있게 되면 좋은 기획이 나온다.
애플이 배낀 Multi-Touch
벤치마킹
모든 산업이 그렇지만 대중성을 가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이미 대중성이 있는 많은 부분들을 가져오는 '배끼기'가 최선의 방책이다. 잘되는 회사의 배끼기를 우리는 '벤치마킹'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벤치마킹'의 경우 '배끼기'와 다르게 부정적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이유는 facebook과 twitter, instagram이 비슷한 서비스 이긴 하나 사용자에게 다른 경험을 준다. 라면을 예로 들면 삼양라면, 너구리, 신라면, 진라면 등이 모두 같은 기능을 한다. 끓이는 방법도 대동소이하다. 이렇듯 서로 벤치마킹을 하는 것은 사용자 경험의 다양화를 가져다 준다. 특정 산업이 서로의 벤치마킹을 허용해도 충분히 각자 시장성이 있으며 건전한 경우 공통적으로 '배낀' 부분은 '표준'이 된다.
본디 아이폰에는 Notification Bar가 없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폰에서 Notification Bar를 가져왔고 한술 더 떠서 아래쪽에서 올리는 기능도 추가를 하였다. 관련 유틸리티를 만드는 회사들 입장에서는 망하게 만드는 애플의 갑질 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편리한 기능'이다.
프레임웍을 만드는 큰 기업의 입장에서 작은 크기의 유용한 어플리케이션이 있고 대중성을 띄면 자사의 기능으로 넣어 버린다. 특히, 유틸리티 쪽이 그렇다. 보통 기획이라고 하면 기업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고, 자사의 이익을 따지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에 비용도 적고 위험 부담도 낮은 '벤치마킹' 방식을 많이 택한다.
벤치마킹 단계에서 대기업은 IP 전담팀과 법무팀이 주로 기업 분쟁을 미리 담당한다. 작은 곳에서는 성공하기 전까지는 로열티를 내지 않으므로, 성공하고 나중에 로열티를 내는 루트가 일반화 되었다. 그것이 비용적 측면에서 더 '싸다'
가격
대중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가격이 중요한 요소이다. 위 동영상에서 "제프 한"씨가 좋은 디바이스로 시연을 했다. 디스플레이 크기만 봐도 작은 금액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애플 제품이 타 제품에 비해 비싼편이긴 하지만 수천만원, 수억짜리를 만들지는 않는다. 일반적 구매자 입장에서 조금 무리는 하지만 '살만한 가격'으로 만든다. 재료비와 인건비도 중요 요소이겠지만 기획에 있어서 가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디까지 만들 것인가' 이다. 쇼핑몰 기획을 예로 들면 payment 시스템은 이니시스나, 카카오 페이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되는데 결재 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면 이미 그 기획은 초기 쇼핑몰 기획에서 벗어난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더욱 다양한 비지니스 모델이 생기지만 감당 못하는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기획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대중성, 벤치마킹, 가격. 풀어서 이야기 하면 다른 사람도 좋아하고, 있는거 좀 배끼고, 가격 싸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문제이다. B2C 모바일 서비스는 지금껏 스마트 폰을 써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게임을 만들어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팀원을 자처했던 사람이 이런 말을 해 주었다. 워낙 게임을 많이 하시고 재미있는 게임만 골라하기시에 잘 만들 것 같다는. 즉, 프로그래머의 실력도 기획의 경험도 지난 작품도 중여한 것이 아니었다. 좋은 음악을 들을 줄 알아야(베토벤 제외) 좋은 음악을 만들고. 음식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야 좋은 요리를 하듯이 모바일 기획 역시, 좋은 모바일 서비스들을 많이 써봐야 좋은 것을 만들겠구나 한다. 아이폰을 쓰는 사람은 안드로이드 폰을 안쓰고 안드로이드 유저는 아이폰을 아예 쓰지 않고 싫어 한다. 경영진과 이야기 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 예를 들 수가 없기 때문에 더 좋은 방법이 있지만 이야기 할 수가 없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대화가 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도 많다. 항상 내가 예로 드는... 요리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맛있는 요리는 아무나 할 수 없다.
그래서 이런 프로세스가 나온다
이거 만들어봐 → 저기...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잘 안되고, 요건 이래서 잘 안되고... → 해보기나 했어? → (그전에 비슷한거 해봤지만) 똑같은 것은 안해봤습니다. → 빨리 만들어봐 → 만듦 → 내가 생각한거랑 다르네. 그럼 이건 이렇게 하자 → ...
이 프로세스를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다. 왜냐면 수많은 성공 제품들을 보았을 때 성공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사실 시장 선점의 신속성 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팀을 이원화 하고 위에서 쪼고, 일정 앞당기면 제품은 나올거라는 불합리한 생각. 그러나 신기한 것은 그렇게 해서 제품이 출시된다.
기술적 난이도는 주요 고려사항인데 대부분 초기에 잘 고려하지 않는다. 아이디어는 자신이 알고 있는 기술 수준 범위에서 나오는데 바로 가져다가 쓸 수 있는 기술은 프로그래머가 대부분 알고 있지만 회의에서 큰 힘을 내지 못한다. 사실, 프로그래머가 못 만들 것은 없다. 비용과 시간의 문제라고 대부분 생각하지만 틀렸다. 사실은 진정 사람들이 원하는지에 대한 믿음, 그리고 그 믿음의 공유이다. 아무리 어려운 기술이라도 내 어머니가 쓰실거고 가족이 쓰고, 도와주고 싶은 많은 사람들이 쓰는데 못 만들게 뭐가 있으랴?
일단 제품을 만들고 나면 그 때 부터 생각하는 사람들이 문제인 것이다.
사람들은 직접 보기 전까지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스티브 잡스가 대단한 것은 경영진에게 그 인용어구가 먹힐만한 위치에 올라서 우리가 해주고 싶은 말들을 해 주었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이 말을 되려 '그래서 일단 만들면 된다'는 식으로 바꾸어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상의 기획은 없다. 그 기준도 없다.
내가 아는 실력이 출중한 프로그래머는 이제 기획자, 경영자의 길을 선택해서 가고 있다. 모바일 쪽은 마켓이 워낙 커서 위에서 말했던 불합리한 프로세스의 조직에서도 성공하는 케이스가 많기 때문이다. 똑같은 메일 시스템, 검색시스템을 경쟁사보다 늦게 만들었어도 더 잘하는 구글이나. 늦게 만들어도 제대로 만드는 애플이나 샤오미의 플레이가 사람들에게 점점 각인되면 사실, 위에 말했던 기획 방식의 문제점들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많은 사람들을 위하고, 사용자 경험을 유지하는 벤치마킹을 하고 가격을 싸게 내어 놓는 회사가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직장 생활을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지금도 불합리한 프로세스는 좀처럼 바뀌지 않고 세상은 잘만 돌아 간다. 중국 제품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구글에서 CEO에게 애인 뺏긴 경영자가 중국으로 가서 열정을 불태우기에 좋은 제품들이 싸게 나온다고 생각한다. 최상의 벤치마킹. 대중성은 이미 있는 제품들을 만드니 잘 지켜진다. 또 높아졌다고는 하나 아직은 저렴한 인건비의 중국이기에 싸게 만든다. 그래서 사실 화웨이, 샤오미, 알리바바 내부의 직장인들도 꿈같은 기획자를 만나서 편하게 생활하는 재료, 개발, 테스트, 품질, 출하 등의 담당자가 있으리라고 생각치 않는다. 싸고 좋게 만들 비용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미래 지향적으로 가고 서로의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어떤 기획을 해야 할까?
타부서 간의 협상 과정이 중요하다
이건 우리나라 협상 최고 전문가에게 배운 내용이다. 한국무역센터가면 만나보실 수 있을 것이다.
4억짜리 아파트를 산다고 하자. 내가 3억 8천을 불렀는데 집주인이 오케이를 했다. 머릿속에는 뭔가 하자가 있는 집이 아닐까? 복잡한 채무 관계가 엮여 있진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언듯 사기가 힘들어 진다. 사고 나서도 찝찝한 마음이 든다.
또 다른 상황
똑같이 4억짜리 아파트를 산다고 하자. 집주인에게 3억 5천에 달라고 했다. 그런데 집주인은 4억에서 못 깎는다고 한다. 4억에 무조건 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도 생떼를 써서 일단 3억 7천에 집을 샀따. 이 때 드는 생각은 4억을 고집하다가 3억 7천에 팔았는데 처음부터 더 싸게 팔 생각이었을까 하고 사고 나서 찝찝해 한다.
또 다른 상황
집주인이 4억에서 못 깍아 주는데 집 상태도 보여주고 복덕방에 연락해서 다른 비슷한 집들도 보고 오라고 한다. 그렇게 보고 오자 이 집은 아침에 볕이 잘 들고 앞에 이미 더 들어설 아파트도 없어서 채광이 막힐 일도 없고, 이민가 있는 아들 내외가 집 지어서 초청해서 정리하고 싶지 않지만 파는 거라고 한다. 아들 내외 사진, 편지까지 보여주고 차를 마시며 좋은 시간을 갖는다. 그래도 인테리어 비용도 좀 아끼고 싶기도 해 조금 깍아 주실 수 없냐고 묻는다. 적금 부으며 알뜰살뜰 살아온 이야기도 들려 준다. 그렇게 해서 3억 9천에 집을 산다.
각자 생각은 다르겠지만 마지막 상황이 가장 협상이 잘 된 경우이다. 구매자 입장에서 가장 비싸기 때문에 최상의 협상은 아니다. 그러나 서로가 찝찝하지 않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상황은 겪기가 힘든것이 아파트의 경우이다. 작은 물건같은 경우 오프라인에서 사고 온라인으로 만원만 비싸게 주고 산 것을 알았을 때 상실감이 크고. 언제든 다른 대안들(판매처)을 선택할 수 있지만 집이란 것은 그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마지막 상황에서는 협상의 시간도 가장 오래 걸린다.
모바일 서비스도 그렇다. 뭔가를 하나 만들려고 하면 서버를 제외하면 인건비가 가장 큰 부분인데 다른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만들 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세번째 상황을 선택한다. 그래서 기획만 6개월씩 하는 경우도 생긴다(바로 지금 하는 프로젝트). PPT도 수없이 갈아없고, UI 바뀌는 것은 능사고 모바일 플랫폼도 2번이나 바꾸었다. 계속 바뀌는 디자인에 불만을 품은 디자이너는 프로젝트에서 떨어져 나가서 외주를 주게 되었다.
팀으로 일한다는 것
이런 상황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기획도 혼자 하고 재무도 혼자 처리하고 디자인도 혼자 하면서, 개발도 혼자 해 버리는 1인 개발자가 점차 생긴다. 나 역시 그 부분에 대한 끝없는 갈망이 있지만, 팀 플레이에서 오는 감동은 이미 월드컵에서 다들 느꼈을거라 생각이 된다. 그리고 이미 사람관계에서 오는 피로감 때문에 팀을 벗어났는데 그 부분에서 대중성을 가지기는 힘들다. 그러나 순수 벤치마킹으로 성공할 수 있다. 모바일 서비스 분야는 수많은 오픈소스가 있어서 벤치마킹 만으로 경쟁을 뛰어 넘어 성공하는 1인 개발자들이 많다. 명예보다는 단순히 돈만 놓고 보았을 때의 성공이긴 하지만. 그들이 했었을 고뇌들은 작은 부분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단 팀으로 일하기로 했으면 마찰이 있다. 특히 경영진과의 마찰계수는 크고 열이 많이 발생한다. 마찰계수가 물질 상수는 아니듯이 경영진과의 마찰계수를 낮추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럴려면 협상과 마찬가지고 시간이 들고 최상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수가 있다.
방망이 깎던 노인처럼 뚝심있게 최고의 제품을 만들면 되겠지만 요즘엔 각자 위치에서 다들 스트레스를 많이 겪는다. 최근 팀장으로 내가 추구하는 방향은 무조건 빨리 잘 만드는 것보다는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는 것이 있다. 이런 결론에 도달하기 까지 이 제품을 만든 팀에 있었다는 것이 나의 가장 소중한 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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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LTE 상용화폰을 만들었었지만 우리팀 24명 모두 행복하지 않았다. 연구소의 CMC220 만든 팀은 행복했으려나? 확실한건 차라리 1년 뒤에 버라이즌향으로 만든 팀이 더 행복했을 것이다. 신사장님 치하도 받고 파티도 하고... 전 포스팅에 말했듯이 24명 중에 2명 퇴사, 한명 병가(3명 될뻔...), 교통사고 1, 죽기 직전 1, 허리통증 2, 기타...
그러나 다른 시각으로 보면 이런 에피소드가 되는
이 때 좋았던 기억이 하나 있었는데 상사들이 나한테 많이 미안하신지 화가 많이 나셔서 그랬는지. 몇분이 말씀하셨었다. "니가 한번 해봐라. 위에서 시키는데 안하고 어떻게 하냐고". 사실 그 때가 가장 힘이 났던 순간이었다. 내가 저 자리에 있으면 어떻게 할까라고 생각을 해 봤는데 딱히 방도가 생각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위에서는 그 위에서 시키고 그 위에서는 그 위에서. 정점에 올라가면 다른 경쟁사와의 전쟁을 치르며 시간의 쫓김을 받는 의사 결정권자가 앉아 있다.
타산지석
좋은 경험에서는 좋은 점을 배우고 나쁜 경험에서는 그것을 배우지 않고 다른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이제 내가 작은 세상을 계속해서 만들어야 하는 입장에서 이런 소중한 경험을 얻었으니, 최상의 기획 결과물 보다는 이해 관계자 모두가 만족할 만한 기획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단계가 있으며, 시간도 필요하고. 또 최상의 기획은 없다. 다만, 제품을 위해 충분히 same page에 있는 팀원들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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