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써보니 책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또, 앞으로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첫 번째 이유는 고치기 힘들다는 데 있다.
온라인의 경우 블로그던 브런치던 고치기가 정말 쉽다. 싫다면 아예 내려 버려도 된다. 책은 절판시키면 되겠지만 한번 나간 책의 내용을 고치기는 쉽지 않다. 3권을 쓰는데 신국 배판 200페이지 이상 분량을 쓰는데 한 달에 한 권씩 쓸 수 있었다. 초고는 쓰기 쉽다. 이미 경험에 다 놓아 있으므로 열심히 키보드를 치면 되기 때문이다. 시처럼 감성적이 내용도 아니고 기술만 잘 서술하면 되니까. 혼자 쓰는 책의 경우 내 경험과 그간 써두었던 것들을 결합하여 금방 쓸 수 있었다. 기술 부분 외 책에 담을 철학 역시 통일하기 쉬웠다. 그러나 퇴고를 거치면서 3번까지는 읽겠는데 4번째부터 좀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이 정말 힘들다. 질린다. 이게 다 고치기 힘들어서이다.
두 번째 공저자와 작업 들어가면 더더욱 어려워진다.
3권 중 한 권은 비전공자를 위한 프로그래밍 서적인데 아무래도 국어국문학 작가(비 전공자)를 공저자로 하면 좋을 것 같았다. 게다가 관련해서 소프트웨어 업을 수년간 운영해온 사람도 함께하면 좋을 것 같았다. 좋다... 좋긴 하다. 그러나 초안이 3번째 나왔고, 내가 초고를 마무리한 지금부터 아마 다시 초안이 나올 거라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쓴 글을 여러 번 읽는 것보다 차라리 독자들을 위해 고쳐진 글을 여러 번 읽을 때 나의 부족한 글쓰기 실력이 드러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첫권은 출판사 교정 끝나고 퇴고 끝, 그리고 출판사에서 디자인 작업 중인데 반해 두 번째 권은 공저자와 함께 언제 의견 조율이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 늦은 밤 행아웃과 수시로 SMS, 메일, 구글 독스에서의 수많은 댓글-답장-완료, 또 수정 제안 등... 책에서 말할 큰 의미인 철학은 물론이거니와 어투까지도 통일하기 힘들다.
이런 경험을 해 보니, 각자 분량을 나누어서 집필한 공저자 책이 아닌.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의논해서 쓴 공저자 책의 경우 무진장 어려운 과정을 써서 냈다고 볼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이미 학창 시절에 책의 예제를 쓰는 역할을 해보니 나눠서 쓰는 책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세 번째 출판사 눈치가 보인다.
출판사도 추구하는 철학이 있을 터인데, 해당 출판사의 책을 읽지 않고서는 맥락을 이해하고 해당 조미료를 내 책에 같이 뿌려서 좋은 요리를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책을 읽게 된다. yes24 플레티넘이 된 것은 좋지만, 그만큼 시간을 많이 소모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단순 지식 기술이 아닌 책이 말하는 "철학"이라를 것을 느끼게 되었다. 영문 자료를 자기 블로그로 단순하게 옮기는 것 외에 좀 더 깊게 사색해야 할 무언가를 느낀다는 것이다.
비루한 자신을 확인할 수 있다.
4월부터 책을 쓰고자 마음을 먹고 두 달간 조율 과정이 있었다. 기획 출판을 이야기하다 [개발자가 알아야 할 비화]는 민감한 내용 때문에 스스로 자비 출판으로 전환한 케이스가 있었다. 자비 출판 모금액이 천만 원이 넘어서 사실상 자비 출판이 아니게 되긴 했지만... 제주도 와서 일하고 남는 시간에 6월, 7월, 8월 각 한 달 동안 초안을 썼다. 신국 배판으로 200페이지 분량 3권이다. 2권은 마무리되었고, 한 권은 30% 썼다. IT 10년간의 일기를 쓰는 기분으로 쓰니 술술 써진다. 그리고 중학 잡지 기자부터 고등학교 문예부, 이후에도 꾸준히 글을 써 왔던 것이 헛되지 않았음을 최근 느낀다. 잘한다는 것이 아니라 부족함을 느낀다. 유시민의 유튜브 방송이나 글쓰기 특강, 이오덕 우리글 바로 쓰기 세트 등... 관련 책을 사서 읽다 보면 얼마나 내가 글쓰기를 안다고 착각하며 살았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브런치나 한글의 맞춤법 검사 기능을 돌려서 출판사 교정을 맞기고 돌아온 수정 권유 사항에는 한글이나 문법 오류만 200가지가 넘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책을 내기가 싫어졌다. 기술 부분이야 8살 때부터 자연스럽게 수십 년간 여러 사람을 통해 배우고 또 강사 생활을 하며 장/단점을 알기에 쓰기 어렵지 않다. 문제는 큰 메시지를 담는 것이 무진장 어렵다는 것이다. 수백 권의 책 보다 인생을 바꾸는 한마디가 존재하는 것처럼. 분량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책을 계속해서 압축하고 압축하게 되었다.
안경도 압축한 거랑 하지 않은 거랑 도수는 똑같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가?
믓튼,
저자가 되어보니 이런 저자들의 고민들이 녹아들어 나온 책이 단번에 사라질 리 없다는 것이다.
공저자와 함께 하는 초안 내용은 많이 바뀌기에 두 번째 권 마지막 부분을 남겨두며 글을 마친다.
그러나 핵심적인 파트가 그리 어렵지 않으니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기초로서 공개된 여러 코드를 READING 하다 보면 어느새 WRITING이 가능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CODE WRITING이 가능하다는 것은 곧 코딩이 가능하다는 것이며, 코딩이 가능하다는 것은 프로그래머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알아내고 그것을 코딩할 줄 아는 프로그래머, 바로 ‘개발자’로 불리는 직업의 의미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국정원의 댓글 공작을 지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