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0일 화요일

화평법 화관법

【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화평법)’과 ‘유해화학물질 관리법(화관법)’ 시행 여부와 관련해 정부와 산업계의 팽팽한 기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산업계 측에서는 정부안대로 화평법과 화관법이 시행될 경우 국내 중견·중소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며 해당 법안의 적용 대상과 처벌 폭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산업계측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환경부는 화평법을 시행할 경우 글로벌 기업의 무분별한 국내 진출을 막고 우리 기업의 경쟁력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산업계 측에서 지속적으로 반발하자 정부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났다. 정부는 향후 시행령 제정 작업을 통해 산업계의 입장을 반영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결국 화평법과 화관법의 시행 논란은 시행령 제정을 여부를 두고 정부와 산업계간 2라운드 기싸움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화평법은 어떤 내용이 논란 되나

화평법은 구미 불산 유출사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 등으로 대표되는 화학물질 안전사고 이후 사전에 화학물질을 관리해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 화평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크게 네 가지다. 그 중 산업계가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부분은 ‘소량 면제 조항의 삭제’와 ‘모든 신규화학물질의 등록’이다.

화평법에서는 연간 사용량 100kg미만의 소량 신규화학물질과 조사·연구개발 목적인 화학물질에 대해서도 등록을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기업들은 모든 화학물질에 대해 10개월가량의 등록절차 기간을 소요하게 된다.

등록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제품 출시가 지연될 수 있기 때문에 라이프 사이클이 짧고 소재 혁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 산업계의 주장이다.

또 다른 쟁점은 영업비밀 유출이다. 화평법에는 하위 사용자와 판매자가 요청할 경우 그 화학물질의 제조량·수입량까지 화학물질 제조·수입자가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 산업계 측에서는 화평법이 실시될 경우 정보제공 또는 공개의무로 인해 국내 기술이 해외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화학사고 과징금 ‘매출액 5% 적용’

화관법에서는 화학물질을 유출한 기업에 대해 정부가 매출액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는 부분이 논란이 됐다.

산업계 측에서는 화학사고 발생 시 매출액 대비 5%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에 대해 법안이 통과된 직후부터 강한 반발을 보였다.

산업계 측의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정부는 최대 과징금 처분은 고의·반복적인 위반 등 기업들의 책임이 중대한 예외적인 경우로만 한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하관법의 하위 법령 마련 시 비용 편익을 분석해 사업장 규모 등에 따라 장외영향평가서(치명적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2~3중의 안전장치를 적용) 작성 항목을 차등화하기로 정했다.

정부 측은 향후 위반 행위에 따라 과징금 부과기준을 하위법령에서 따로 정해 하관법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화학물질을 유출했더라고 ‘실수’로 인정될 경우 계도 또는 경고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고의·악의적으로 사상자를 내거나 수백억원의 피해액을 냈을 경우에는 최대 벌칙인 영업정지 6개월 또는 과징금 매출액의 5%를 내린다는 계획도 분명히 했다.

◇환경부, 논란 지속되자 완화 계획

화평법과 화관법 적용과 관련해 논란이 부각되자 환경부는 이를 진화하기 위해 상당부분 완화된 계획을 발표하는 등 산업계측 설득에 나섰다.

환경부는 당초 화평법에서 신규화학물질 등록을 명시했기 때문에 하위 법령에서 이를 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산업계의 설득하기 위한 방안으로 환경부는 전량 수출하기 위해 연간 10t 이하로 제조·수입되는 화학물질에 대해 향후 대통령령을 통해 등록을 면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화학물질의 등록 기간에 대해서도 등록 여부를 신청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결정·통지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소량의 화학물질은 등록을 할 때 제출해야 하는 서류 등이 간소화돼 기간은 더 단축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측의 설명이다.

영업비밀 유출과 관련해 정부는 산업계측에 화학물질의 혼합 비율을 파악하는 것은 기술 노출이 아닌 업체별 총량을 파악하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화관법 시행 논란과 관련해서는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산업계 관련자들이 모인 자리에 직접 참석하는 등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윤 장관은 지난달 제193회 경총포럼에 참석해 “화학사고가 발생할 경우 매출액 대비 5%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언론 보도는 과장된 부분이 너무 많다”고 일축했다.

윤 장관은 특히 이 자리에서 기업이 단순히 화학사고를 유발했다고 무조건 영업정지 6개월을 내리거나 매출액 대비 5% 과징금을 부과하는 게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영업정지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하게 된다”며 “과거 5년간 영업정지가 적용된 사례는 딱 한번으로 모기업이 일주일 영업정지를 받았는데 과징금을 내겠다고 입장을 밝혀 175만원을 낸 것이 유일한 사례다. 앞으로도 이런 정도로 영업정지 대상이 결정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화학물질 전문기관·전문가 육성해야

환경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화평법 오는 2015년 1월1일부터 시행될 경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내 화학물질 평가기관의 처리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산업계의 주장이다.

지난 3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간한 ‘화평법의 문제점 및 성공적 정착을 위한 해결 방안’에 따르면 화학물질 등록에 필요한 46개 시험·평가 항목 중 17개 항목은 국내에서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만약 화평법이 오는 2015년부터 시행될 경우 화학물질 시험평가를 위해 외국에 로열티를 대거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한국화학연구원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화학물질 등록에 필요한 자료를 만들 수 있는 시험기관과 전문가가 국내에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화학물질 등록 자료를 만들 수 있는 전문가 및 전문기관 육성이 화평법 시행보다 선행되지 않으면 중소·중견 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oj1001@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52호(11월18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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