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브런치 - 첫딸 유아 스토리

2017년 11월 24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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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딸 육아 스토리
남길 수 없는 사진들

byHAJUNHOJan 30. 2016아래로

결혼은 안 해도 아기는 낳아라

기혼 남녀가 항상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혼인 사람에게 기혼남녀가 청춘 상담을 할 때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니라는 사람들도 부부 싸움을 했을 때와 같이 특정 시기에서는 이런 말을 하게 된다. 그런데 미혼 남녀들은 대부분 모른다. 부부 생활하는 것이야 옆에서 바로 보고 있고, 블로그나 카페와 같이 인터넷을 통해서 형성된 간접 경험이 있는데 말이다. 애 키우는 것에 대한 지식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혼 남녀가 조카를 매일 보고 항상 돌봐주지 않았다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진짜 사진이나 영상은 지금까지 한 번도 못 봤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이의 얼굴은 계속 변하고, 일상에서의 행동들도 한 살 한 살 달라서 부모들은 영상이나 사진으로 간직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사진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고, 액션캠이 아무리 발달해도 찍을 수 없는 사진들이 있다. 결혼해서 아기를 낳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사람들도 막상 낳고 나면 대부분 생각들이 변하는 것도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아이의 모습들을 보기 때문이다.

가끔 와이프와 있을 때 이런 이야기들을 듣는다.

애기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와이프는 그럴 때, "둘만 있어도 행복하게 잘 살았겠지."라고 한다.

그러나 한번 이런 행복을 안 이상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애기가 좀 더 크면 말썽만 피운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가장 예쁠 때의 추억으로 부모는 평생 고생하라는 뜻이라는 말도 들었다. 가장 예쁜 순간은 너무도 짧다. 그런 시간을 함께 많이 보낼 수 없는 아빠들이 아쉽다. 나도 일 년을 놀아볼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생각을 들게 만드는 아이의 표정. 찍을 수 없는 사진들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1. 아이의 첫 웃음. 첫 뒤집기나 처음 일어서는 모습, 첫걸음. 키워보면 알겠지만 모세의 기적이다.

2. 출근할 때 몸을 배배 꼬면서 짓는 아쉬운 표정.

3. 퇴근할 때 대문을 열면, 신발도 안 신고 밖으로 나오는 아이의 반가운 모습.

4. 엉뚱하고 뒤통수를 때리는 말과 대답할 때 모습.

5. 소꿉놀이를 하다가 장난감 밥상을 차려서 주는 모습.

6. 정말 환하게 웃는 모습.

7. 작은 반응에도 서럽게 우는 모습.

8. 선머슴 같은 모습을 보이다가 새로운 것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보이는 귀여운 모습.

9. 갑자기 사랑한다고 말하거나 뽀뽀해 줄 때.

10. 정말 활짝 웃는 모습. 이건 정말 남겨 놨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모습은 찍지 못한다.

11. 냉장고 문을 못 열어서 발로 대고 열려는 모습

12. 안 해야겠지만,... 부부 싸움이 시작될 때 말리거나 우는 모습. 엄마 변호하는 모습.

13. 어린이 TV 프로그램에 싸우는 장면이 나올 때 무섭다고 얼굴만 빼꼼 내어 보는 모습. 뽀로로 음료수 뒤에 얼굴을 숨기기도...

14. 놀고 싶어서 눈이 감기는데도 떼쓰는 모습

15. 갑자기 춤출 때, 유치원에서 배워온 동작 할 때. 그 뒤에 찍으려고 시켜도 첫번째 느낌이 안난다.

기타...

수없이 많은 모습들이 안타깝고 잊혀 간다.

자라지 말고 이대로 있어 줬으면 좋겠다.

아기를 키우는 사람들은 꼭 한 번씩 하는 말이다.

나 역시 이런 순간들도 다 잊을 것 같다. 다만, 이 시기를 놓치지 않은 부모들의 머릿속에는 아이에 대한 애착이 남는다. 집에 어린아이가 있는 직장인이라면 야근은 하지도 말고, 시키지도 말아야 한다.

난 아이가 서먹서먹할 정도로 일을 했었었다. 그 뒤 같이 있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날수록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더 늦기 전에 알게 되어서 많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행복들을 놓치지 말고, 한껏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다.